여성그룹 소녀시대가 그야말로 ‘소녀시대’를 활짝 열었다.
소녀시대가 데뷔한 두달 전만 해도 발라드 계열 남자 가수들의 춘추전국시대였던 가요계는 어느새 10대 소녀들의 생글생글한 미소와 발랄한 춤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1990년대 SES와 핑클이 여성아이돌그룹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때처럼, 2007년 현재 소녀시대는 라이벌 격인 원더걸스와 함께 열광적인 누나부대와 여동생부대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 삼촌팬들 정말 좋아요
소녀시대는 자신들이 얼마나 귀엽고 생기발랄한지 잘 알고 있다. 두달 전 싱글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했을 때부터 이들의 승부수는 10대답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매력이었고, 이를 위해 소녀시대는 하이힐 대신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고, 섹시한 웨이브 대신 하이킥 댄스를 추며, 짙은 메이크업 대신 자연스러운 10대의 얼굴을 내세웠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한동안 가요계에 관심없었던 남성들은 소녀시대의 풋풋한 매력에 금방 사로잡혔다. 지난 10월11일 데뷔 두 달만에 소녀시대는 Mnet ‘엠카운트다운’ 차트에서 1위에 등극하며 소녀들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일차적인 목표를 완수(?)한 소녀시대는 최근 발매한 정규1집에서는 이승철의 80년대 후반 히트곡 ‘소녀시대’를 리메이크했다. 이제 중장년층 남성들까지 팬층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 활동한지 한달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삼촌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사인회를 하면 주로 또래 학생들이 많이 오곤 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삼촌팬’들이 많아졌어요. 삼촌뻘 되시는 분들인데, 정말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마 ‘소녀시대’의 멜로디가 귀에 익으니까 더 주목해주신 것 같아요.”(태연)
이승철의 원곡과 달리 귀엽고 앙증맞게 부르려 했다면서 ‘기타춤’과 ‘앙탈춤’을 재연하는 티파니는 곧바로 무대 위에 올려놔도 괜찮을만큼 계속 생글생글이다.
# 유승호, 장군감이야
100일여의 활동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역시 1위를 했을 때다. 서로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을 만큼 감격한 소녀시대는 다음날 인천의 한 갈비집에서 소소한 파티를 벌이며 ‘다음 1위’를 기약했다.
“사실 데뷔 후 많이 힘들었어요. ‘다시 만난 세계’로 활동하면서 정규1집을 준비해야 했거든요. 스케줄이 끝나고 새벽이 다 돼서야 녹음실에 갔는데, 또 거기에선 제 차례가 올때까지 오래 기다려야 했죠. 잠이 많이 모자랐지만 많이 사랑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어요.”(제시카)
소녀시대가 좋아하는 강동원은 실제로 보지 못했지만, 대신 다같이 홀딱 반한 ‘장군감’이 있다. ‘태왕사신기’에서 ‘국민남동생’으로 떠오른 유승호가 그 주인공. 10월 19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열린 ‘2007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아역상 시상을 맡은 소녀시대는 상을 받으러 나온 유승호를 보곤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유승호군이 많이 어리잖아요. 그러니까 별 생각 없이 시상하러 나갔죠. 그런데 유승호군이 딱 나타났는데, 어머, 그 어린애가 카리스마가 확 느껴지더라고요. ‘장군감이다!’ 이러면서 ‘아아 너무 귀여워!’ 소리까지 질렀어요. 마이크도 있는데 말이에요.(웃음) 정말, 누나팬이 왜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특히 유리는 ‘태왕사신기’의 팬이라서 유승호군을 보고 되게 좋아하더라고요.(웃음)”(수영)
소녀시대는 지난 17일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추가했다. 꿈에 그리던 시상식에 참석하게 된 것. 이날 열린 ‘MKMF’에서 비록 신인가수상은 놓쳤지만, 그동안 방송에서만 봐왔던 시상식 현장에 직접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제 보다 큰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야 할 때. 소녀시대는 대중의 뇌리에 ‘바람직한’ 가수로 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녀시대하면, 밝고 건강하고 실력있고 바람직한 여성 아이돌 그룹이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목표. 소녀시대가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며 추는 귀여운 ‘앙탈춤’을 봤다면, 이 목표를 완수해낼 것이라는 점에 의심을 품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스포츠월드 글 이혜린 기자, 사진 허자경 객원기자 rin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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