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스타일의 조화롭고 발랄한 이미지의 소녀시대
어두운 음악, 터프함으로 남자다움을 강조한 동방신기
소녀시대,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 다 똑같은 아이돌 아니냐고. 뭘 모르시고 하는 말씀. 이들의 기획사인 SM, YG, JYP엔터테인먼트의 각기 다른 성향만큼이나 이 아이돌들의 스타일도 다 다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아이돌. 기획사를 보면 차이가 보인다.
이수만이 대표이사로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아이돌의 기본 스타일을 정립한 회사로 인식되고 있다. 대개 아이돌하면 잘 생긴 남자, 여자 그룹이 나와서 일사불란한 안무와 아름다운 보컬하모니를 선보이는 것을 상상한다. SM의 아이돌은 그런 모습과 가장 부합하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대중음악 웹진 이즘의 편집장 이대화씨는 “SM은 가장 짜여진 형태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기획사다”라고 SM의 스타일을 평했다. 소녀시대와 동방신기가 바로 SM 소속이다.
귀엽고 발랄한 느낌의 ‘Gee’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소녀시대. 소녀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깨끗하고 맑은 사운드로, 또 예쁜 여고생 스타일의 의상과 깜찍한 안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선 음악적으로 보면 정교하고 매끈한 모양새가 돋보인다. 음악평론가 한동윤씨는 “멜로디를 반복하고 브리지에 강세를 두는 SM의 작법은 곡을 짜임새 있게 보이도록 한다”고 말했다. 간혹 거친 록 느낌의 기타소리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배경으로 쓰이는 정도, 대개는 아기자기한 전자음과 정돈된 보컬하모니가 주가 되어 산뜻하게 귀를 자극한다. 의상을 보게 되면 밝은 색상의 상의를 입고 적당한 길이의 주름치마나 청바지를 입고 나와 순수한 십대 소녀의 컨셉을 강조한다. 안무는 개성보다 조화를 중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곡의 분위기에 따라서 동작의 크기는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약속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와 뭇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동방신기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초기에는 이들도 준수한 외모와 수준급의 아카펠라 하모니를 앞세워 전형적인 꽃미남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줬다. 네 방의 침대가 되고 싶다며 부드럽게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동방신기. 그랬던 이들이 지금은 강하고 단정적인 어조로 사랑의 주문을 외운다. 물론 ‘Hug’로 인기몰이를 한 후 바로 ‘The way you are’나 ‘Tri-Angle’ 등 보다 강렬한 곡들로 활동을 했지만 그것들의 인상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Rising sun’부터 본격적으로 남성미를 강조하기 시작, 터프한 이미지는 ‘O-正反合’에서 형태가 안성되었고 ‘주문-Mirotic’에까지 이어졌다. 그러한 변화에 발맞춰 음악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한동윤씨는 “뚜렷한 기승전결 구조와 강한 스트링 편곡, 거칠게 밀어붙이는 기타 등은 뭔가 비장함이 느껴지는 SM 특유의 작법이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검은색 의상에 금속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 의상은 잘 다져진 근육을 돋보이게 하며 남성미를 극적으로 구현했다. 또한 선이 굵은 안무는 보는 이를 압도하며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던 동방신기를 터프한 남자로 탈바꿈시켰다. 이대화씨는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 전환 전략은 10대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연령대의 팬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전부터 있어왔던 방식이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소녀시대와 동방신기는 다른 방향으로 음악과 컨셉을 끌어가고 있는 셈이다. 소녀시대는 소녀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꽃미녀 아이돌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더 나아가고, 동방신기는 꽃미남 아이돌 스타일을 탈피, 거친 남성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SM은 아이돌의 전형적인 스타일도 만들었지만 그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박효재 객원기자
credits & source : 조엔,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