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에 기승전결이 사라진 지 제법 됐다. 모바일 등 디지털 음악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승전결(도입부-브리지-클라이맥스-마무리) 형식을 갖춘 노래를 요즘 대중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듣지 않는다. 후렴만 무한 반복되는 후크송의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최근 가요 전 분야 차트 1위에 오른 소녀시대의 경쾌한 댄스곡 ‘Gee(지)’는 후크송이 진화하고 있는 과정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원더걸스의 ‘노바디’와 손담비의 ‘미쳤어’,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어쩌다’ 등이 짧고 매력적인 반복구(후크)를 노골적으로 삽입해 청자의 귓가에 맴돌게 하는 노래였다면, ‘Gee’는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와 가사의 반복으로 중독을 유도하되 약간의 다양한 장치를 곁들였다.
Gee가 무려 53번, Baby가 21번이나 반복되기 때문에 얼핏 후크송 같지만 연결부와 클라이맥스 같은 장치도 잠깐이지만 넣어놓았다. 특이하다면 ‘Gee’는 처음부터 바로 후크가 나온다는 점이다.
도입부에서 ‘너무너무 멋져 눈이눈이 부셔 숨을 못쉬겠어 떨리는 걸/Gee Gee Gee Gee Baby Baby Baby’로 단순한 가사의 후크가 반복된다. 음반시대의 아날로그 음악이라면 뒷부분에 나와야 될 부분이 초반에 위치하고 있다.
이어 ‘(어떻게 하죠) 어떡 어떡하죠/(떨리는 나는) 떨리는 나는요/(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 거려 밤엔 잠도 못 이루죠’와 같은 연결부와 ‘반짝반짝’ ‘깜짝깜짝’ ‘짜릿짜릿’ 등 기승전결 형식에서의 ‘전’(클라이맥스)과는 비교하기 힘들지만 클라이맥스도 갖추고 있다. 말하자면 후크송의 클라이맥스 파트인 것이다.
그러니까 ‘Gee’는 아날로그 음악의 기승전결 형식이 아닌 후크송의 기승전결 형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디지털 음악으로서의 소비도 노리면서 좀 더 다양한 세대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귀여운 상황을 담은 ‘Gee’는 속도를 엄청 빨리해 긴 가사를 3분21초만에 처리해버린다. 70,80년대 선배 가수가 불렀다면 4~5분은 족히 걸리는 분량의 가사다. 역시 디지털 음악 구조에서는 느려서 기다려야 하는 것은 생리에 맞지 않는 듯하다.
대중음악평론가 한동윤은 “원더걸스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노래들에는 동일한 리듬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고 그 외에는 특별한 강조점이 없는 데 반해, `Gee`는 `반짝반짝`, `짜릿짜릿`에 덧댄 소리로 밋밋하고 평범해질 흐름을 쇄신한다. 무턱대고 주입만을 행하지는 않는다는 약간의 방증이다”고 ‘Gee’를 평했다.
서병기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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