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인기 여성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인 윤아(18)가 최근 KBS1 일일극 ‘너는 내 운명’에서 여주인공 장새벽 역으로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다. 긴 생머리에 사슴 같은 눈망울과 가녀린 몸매는 순정만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여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여름 ‘소녀시대’로 혜성처럼 나타나 가요계를 주름잡은 데다 최근 10대 스타로서 이례적으로 일일극 주인공 자리를 꿰찼으니 신데렐라가 따로 없다. 고전 ‘춘향전’의 춘향과 동갑인 꽃띠 소녀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풋풋하고 해맑게만 보이는 윤아는 속내가 깊고 진지한 외유내강형의 ‘애 어른’ 같았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달픈 연습생 생활을 견디며 꿈을 향해 쉼 없이 담금질해온 시간들이 말 한마디에서도 뚝뚝 묻어났다.
◇아이들 스타에서 국민 여동생으로
윤아는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하고 나서 예전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알아봐 준다며 수줍게 웃었다. ‘소녀시대’로 활동할 때는 팬층이 한정적이었는데 지금은 어디를 가나 아주머니. 아저씨는 물론 어르신들까지 “드라마에 나오는 아이”라고 말해줘서 힘이 난다고 했다. 지난해 MBC 주말극 ‘9회말 2아웃’으로 연기자 신고식을 치렀고 올 들어서도 MBC ‘천하일색 박정금’에 카메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도 일주일치 대본을 외워야 하는 일일극인데다 주연이어서 대사 외우는 것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다. “가수는 무대가 끝나면 쉴 때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데 연기자는 촬영이 없는 날에도 대사를 외워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요즘은 쉬는 날에도 온종일 대본을 손에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미자 장용 정애리 등 중견 연기자들과 가수 출신 연기자 이지훈이 조언을 많이 해줘서 든든하다.
◇신데렐라? 알고 보면 오뚝이
윤아는 어느날 갑자기 유명해진 벼락스타처럼 보이지만.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150~200번의 오디션을 본 ‘베테랑’이다. 어릴 때부터 연예인 되고 싶어서 2002년 지금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주말 오디션을 통과하면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호기심 많고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 나이에도 학교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연습실로 달려가 꿈을 키웠다. 매일 4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 윤아는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았지만 재미가 있었고 적성에도 맞았다”고 했다. 긴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국내외 스타들의 무대를 보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데뷔 후 첫 생일파티
윤아는 데뷔한 지 겨우 9개월 됐다며 수줍어했다. 지난달 30일이 연예인이 된 후 처음 맞는 생일이었지만 종일 드라마 촬영장에서 보냈다. 윤아는 “촬영날 ‘너는 내 운명’ 팀들이 깜짝 생일파티를 해줘서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새벽 4시쯤 드라마 관계자들로부터 생일케이크를 받은 데다 그날 오후 10시 다시 촬영을 마치고 동료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이 깜짝 파티까지 열어줘 두 번씩이나 생일을 축하받았다. 팬들도 제작진을 위해 도시락을 돌렸다. 드라마 출연이 이번이 세 번째지만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일일극이어서 출연진과 진짜 가족처럼 지내는 게 너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가족은 나의 힘
가족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다. 연습생 때부터 꼼꼼히 모니터링해주면 예리한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윤아 못지않은 미모를 자랑하는 다섯 살 터울의 언니가 특히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연예계에 데뷔 후 학교 친구들과는 다소 서먹서먹해진 것은 다소 아쉽다. 윤아는 “친한 친구들은 변함없이 대하는데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어제까지 자신들과 똑같은 학생이었던 내가 어느날 TV에 나오는 것을 어색해했다”며 “두 달간의 공백이 꽤 컸다”고 씁쓸해했다. 극 중 20대 성인인 새벽이를 연기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억지로 어른스럽게 연기하는 건 어색할 것 같아서 의상과 대사톤 등에 무척 신경을 쓴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해 그는 “열심히 하다 보면 주위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것 같다. 진실되게 노력하니까 주위에서 기회를 주었다”라며 제법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일일극의 주연에 대해서는 “신인이어서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선택을 받는 입장이지만 연기와 인생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내 운명’의 오디션을 봤다. 선생님들이 더 많고 연기를 오랫동안 할 수 있어서 재미있게 촬영해 부담이 덜해졌다”고 말했다.
◇연기와 노래. 두 마리 토끼 쫓겠다
‘소녀시대’ 멤버들과는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자주 연락한다. 설령 바빠서 만나지 못해도 함께 숙소생활을 하고 있어 동료들의 잠든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고 했다. 멤버들은 이제 친 가족 같은 존재인데다 특히 함께 연기수업을 받았던 수영과 유리는 대사를 맞추는 일도 도와준다. 고3 수험생이지만 올여름쯤 후속 앨범을 내고 활동할 예정이어서 ‘너는 내 운명’과 ‘소녀시대’ 활동을 잘 마무리해 많은 사람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 초반에 시각장애가 있는 데다 고아인 새벽이의 환경이 이해가 안됐지만 새벽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최근 새벽이가 찜질방에서 도둑 누명을 쓰고 쫓겨나 전화부스 안에서 우는 장면에서는 온전하게 새벽이의 마음이 돼서 한참 동안 펑펑 울었다고 한다.
전도연처럼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목표라는 윤아는 MBC ‘하얀 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한 이선균을 연기 상대자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콤플렉스를 꼽는다면 못생긴 손과 발. 그리고 생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라고 한다. 윤아는 “극 중에서 새벽이가 한층 밝고 당차게 변신하듯 연기자로서. 가수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자신을 기대해달라”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조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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