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팬 사인회를 하면 90% 이상이 남자 팬들이에요. 그중에 30~40대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요.”
해맑고 예쁜 이웃집 소녀 같은 이미지의 9인조 그룹 소녀시대가 가요계에 ‘소녀’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속사포 같은 랩 등으로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랫말. 숨이 넘어갈 듯 빠른 템포의 리듬과 멜로디에 부담을 느끼고 가요에 등을 돌렸던 중년 남성들조차 이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의 어떤 매력이 ‘살길 바쁜’ 중년 남성들까지 끌어들인 걸까?
멤버 유리는 “어느 날 팬 사인회에 어떤 30대 후반의 회사원이 CD를 들고 서 있더래요. 매니저가 호기심이 발동해 웃으며 ‘저. 회사는 어떻게 하시고 여기에 오셨습니까’라고 물으니 그 분이 ‘나도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웃으시더래요”라고 말했다. 말이 끝나자 리더인 태연이 덧붙였다.
“10대. 20대 분들은 우리를 보면 ‘누나나 여동생 같다. 또는 여자친구 같다’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30대 이상 분들은 ‘조카 같고 딸 같다’는 말을 많이 해요. 저희를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활력소가 된다고 해 주시니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지난 8월 첫 싱글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소녀시대는 최근 정규 앨범 타이틀곡 ‘소녀시대’를 발표하고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가수 이승철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소녀시대’는 케이블채널은 물론이고 지상파. 라디오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를 석권하며 데뷔 3개월 만에 소녀시대를 정상에 올려놨다. ‘다시 만난 세계’에서 트레이닝룩과 ‘발차기 춤’등을 통해 파워풀하고 활동적인 면을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10대 소녀들의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프레피룩 패션과 ‘앙탈 춤’. ‘인형 춤’등을 통해 더욱 남성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이승철이 소녀시대의 도우미로 함께 무대에 선 것도 큰 힘이 됐다.
소녀시대는 “어릴 때부터 이승철 선배님의 팬이었어요. 지금까지 라디오 1번. TV에서 2번 등 3번을 함께 무대에 섰는데 매우 기뻤어요. 처음에는 선배님이라고 불렀는데 라디오 DJ를 하는 남궁연 선배님이 ‘오빠라고 불러야지’라고 조언해서 이승철 선배님께 ‘오빠’라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소녀시대는 ‘텔미’로 사랑받는 원더걸스와 비교하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나이도 엇비슷한 데다 두 팀 모두 절정의 인기를 달리고 있기 때문. 제시카는 “원더걸스는 무대에서의 표현력이 뛰어나요. 복고적인 컨셉트가 너무 귀여운데 잘 소화해내고 있죠”라고 했다. 이어 윤아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컨셉트가 서로 다른 것 같아요. 원더걸스는 의상도 화려하고 색조화장도 많아 좀 성숙한 느낌이 있는 반면 저희는 딱 10대 소녀 같은 모습이거든요”라고 말했다.
김상호기자 sangho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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